"영상만 보면 돈을 드립니다" , "집에서 하는 간단한 수공예 부업"
SNS에 넘쳐나는 부업 광고들. 알고 보니, 부업을 미끼로 삼는 신종 사기였습니다.
일식당을 하는 노현주 씨.
지난해 겨울 손님이 줄어 고민이 깊던 중에, SNS 부업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영상만 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겁니다.
노현주/부업사기 피해자
“ ‘좋아요’ 눌러주고 시청하는 그런 조회 수가 올라가는 걸로 (수익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동영상을 시청한 걸 캡처를 해서 올려주면 한 편당 500원짜리부터 최고는 8,800원까지 있어요. 그거 보고 올려주면, 제 눈에 보이게끔 적립금이 쌓이고 그걸 바로 제 통장으로 인출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당연히 거기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순간, 업무 관리자는 ‘고수익 미션’이라는 또 다른 일을 권합니다. VIP 팀원들과 함께 가상화폐 구매를 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초대된 VIP 대화방. 100% 수익을 돌려준다는 공지와 함께 수익 인증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일 자체도 간단했습니다. 그들이 가입하라는 사이트에서 지시에 따라 금액과 상승 등 버튼 세 개만 누르면 성공.
하지만 200만 원을 넣은 뒤부터, 팀원 중 유독 현주 씨만 미션을 실패했다고 합니다.
노현주/ 부업 사기 피해자
"“저도 제가 그렇게 잘못 누른 건 줄 알았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됩니까’ 했더니, 500만 원을 지금 넣어라.
바로 위약금을 냈지만, 관리자는 현주 씨 탓에 서버 오류가 생겼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출금을 막고, 계속 돈을 요구했습니다.
노현주/부업 사기 피해자
“그래서 이제 (위약금이) 배가 된 거예요. 그러면 천만 원을 또 내야 된대요. 이런 식의 수법이 돼서 결국은 또 천만 원 또 마련해서 넣고, 마지막에 1,665만 원까지 해서 한 3,500만 원 정도가 됐던 것 같아요.”
취업 준비 중 용돈벌이를 찾던 주영 씨도 같은 방식으로 돈을 잃었습니다.
이주영(가명· 음성변조)/ 부업 사기 피해자
“접어서 포장하는 약간 그런 거였거든요. ‘이런 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들어가 봤더니, ‘그런 손재주 알바를 할 거냐, 아니면 영상 캡처만 해서 올리면 수익을 얻는 방식이 있는데 그걸 할 거냐?’ 그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부업 광고의 종류만 다를 뿐, 영상 시청으로 시작해 고수익 미션으로 끌어들이는 과정도, 대화방에서 피해자를 압박하는 방식도 똑같았습니다.
이주영(가명· 음성변조)/ 부업 사기 피해자
“엄청 비난해요. ‘너 미친 거 아니야’ 이러면서.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고, 약간 그것 때문에 좀 더 약간 죄책감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게 있었고”
전문가들은 함께 고수익 미션을 한 대화방 팀원들도 사기 일당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배상훈/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사실 피해자 하나에다가 나머지는 다 사기꾼들입니다. 가스라이팅의 어떤 심리 구조를 갖는 겁니다. 자기 확신이 떨어지면 이제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게 되죠. 나를 못 믿으니까.”
처음부터 철저히 설계된 사기 구조. 어쩌면 같은 일당이 부업의 종류만 바꿔가며 벌이는 일은 아닐까.
특히 피해자들이 ‘고수익 미션’, 즉 가상화폐 구매를 위해 가입한 사이트 역시 모두 유사한 형태였습니다.
취재진은 피해자들에게 받은 사이트 주소를 모아, 보안 전문가에게 분석 의뢰했습니다.
이준형/P업체 사이버위기대응 센터장
“소스 코드나 이런 것들을 분석했을 때도 웹사이트의 구조라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다 동일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같은 개발자분이 개발을 한 게 아닐까.... 실제 (가상화폐) 거래소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그런 것들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러면 거기에 상승 하락 이런 버튼이 아무 의미가 없는 건가요?)
“의미가 없는 거죠.”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가상화폐 투자처럼 꾸몄지만 사실은 다 가짜였던 겁니다.
내부 코드 구조를 더 뜯어보니, 개발자의 특징도 발견됐습니다.
이준형/P업체 사이버위기대응 센터장
“전문적인 용어로는 '디버그 메시지'라고 보통 얘기는 하는데, 서버에서 응답 오는 거나 아니면 (개발자들이) 나만 확인하려고 하는 메시지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은 보통 내가 익숙한 언어로 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랬을 때 지금 저렇게 한자로 되어있다는 거는 이제 이 사람이 한자를 좀 잘 쓰는 그런 사람들인 거죠.”
서버 위치를 추적해 보니, 미국의 한 서버 임대 회사가 나타납니다.
고객 정보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도 쉽게 응하지 않는 업체로 알려졌습니다.
이준형/P업체 사이버위기대응 센터장
“고객이 범죄를 저질러서 수사기관이 어떤 정보 협조를 요청하더라도, 최대한 그런 것들을 내어주지 않는 그런 서비스를 보통 방탄 호스팅이라고 많이 부르고 있어요. 범죄자들도 그런 것들을 알고 있는 거죠.”
취재진은 직접 ‘부업 사기’로 의심되는 광고에 지원해,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연락이 오고, 영상 시청을 제안합니다. 부업에 지원한 뒤, 영상 시청 열아홉 번, 10만 원짜리 소액 미션을 한 번 진행했고, 9일 만에 ‘고수익 미션’ 방에 초대됐습니다.
120초 만에 가상화폐 3개를 연달아 구매하라는 미션. ‘BTC’, ‘BTC’, 맨 마지막에는 ‘BCH’를 구매하라는 지시가 옵니다. 미션 완료. 과연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얼마 뒤, 기자를 제외한 VIP 대화방 참가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뭔가 잘못됐다'며 술렁이고, 곧이어 관리자가 오류가 났다며 공지를 띄웁니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과 달리, 팀원 중 한 명이 실수했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다 함께 성공해야 한다며 원금을 돌려주지 않고, 핑계를 대며 돈을 더 요구하는 수법은 같습니다.
추가 송금을 못 하겠다며, 왜 돈을 더 넣으라는 것인지 따져 묻자, 다른 팀원들이 입금 인증을 하며 추가 송금을 유도합니다.
어느 업체냐며 회사 이름을 재차 물으니 여의도에 있는 대기업 자회사라고 주장하고, 등록번호가 가려진 사업자등록증 한 장을 보내옵니다.
하지만 정작 사업자등록증에 적힌 주소지는 동대문구. 또 애완용품, 수족관 용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사기 일당이 말한 대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업종이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에 적힌 주소지로 가보니, 골목길에 있는 한 빌라였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한 걸로 보이는 상황. 피해자들이 회사명을 확인하려 하면, 이런 식으로 빠져나갔을 겁니다.
취재진은 한 남성으로부터 자금의 흐름을 유추할만한 제보를 받고, 그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자신이 피해자이자, 중간 수금책이었다는 인물입니다. 고수익 미션으로 500만 원을 잃은 그에게, 일당은 또 다른 부업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김현호(가명·음성변조) /부업 사기 피해자 · 수금책
“알림톡으로 재무 업무 한번 해보시겠냐. 하루에 일당은 무조건 5만 원이다.”
손실을 메워보자는 생각에 제안을 수락하자, 그들은 신분증과 계좌 한도까지 요구했다고 합니다.
김현호(가명·음성변조) /부업 사기 피해자 · 수금책
“신분증 요구를 하고. 그랬더니 언제부터인가 막 금액대 큰 게 막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계속 입금되고, 입금되고. 어느 불특정한 계좌로 이제 또 송금을 하라고 재촉을 하는 거죠. ‘왜 안 보내시냐’, ‘안 보내시냐’ ‘빨리 보내줘라 보내줘라’”
사기 일당은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지갑 주소’까지 사용해 자금 운반을 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현호 씨는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피해자가 중간 수금책이 되면서, 돈을 세탁하는 경로가 늘어나는 구조. 최근 또 다른 수금책 2명을 검찰에 송치한 수사팀도,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영필/ 수원중부서 수사과장
“(수금책) 계좌를 이용해서 돈을 이체하고 다시 또 이것을, 가상화폐를 통해서 거래를 통해서 세탁을 합니다. 다른 (가상화폐) 지갑에서 또 다른 지갑으로 가고. 또 불상의 외국인 지갑으로 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불경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절박함을 노리는 사기 일당들.
민생 침해 금융 사기는 지난해에만 10,074건으로, 전년(2,711건)보다 4배 가까이 늘었고, 부업 사기 피해 역시 늘고 있지만 신종 사기인 탓에 아직 통계조차 없고, 구제 방법도 전무합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범죄 계좌를 동결하고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가 있지만, ‘부업 사기’는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것처럼 꾸민 행위로, 법 조항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보호를받을 수 없는 겁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신종 사기 사건도 지급 정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기방지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문제점을 보완한 법안을 다시 만들려 합니다.
진우경/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정책계장
“(사기방지기본법은) 너무 다양한 범죄를 하나의 법으로 다 포섭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좀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어서 그 법을 조금 더 보완을 해서, 다중 피해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추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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